컴퓨터 전자기기 리뷰

키보드 전체가 디스플레이인 센터피스 프로 키보드 리뷰

하루 한 IT 2026. 5. 26. 02:19
 
키보드 전체가 디스플레이인 센터피스 프로 키보드 리뷰 — 이게 정말 키보드인가, 예술 작품인가

키보드인데 GPU가 들어간다고? — 서론

▲ Finalmouse Centerpiece Pro —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키캡 아래로 2K 디스플레이가 살아 숨쉰다

이 키보드를 처음 알게 된 건 2022년 말, 유튜브 알고리즘이 뜬금없이 Finalmouse의 티저 영상 하나를 추천해줬을 때였다. 영상 속 키보드는 타이핑을 할 때마다 키 아래에서 파도가 일렁이고, 용이 날아다니고, 미래 도시 배경이 살아 움직였다. 처음엔 솔직히 "이거 CG 합성 아니야?"라고 의심했다. 그런데 이게 진짜였다. 키보드 자체에 CPU와 GPU가 내장되어 있고, 키캡이 전부 투명 폴리카보네이트라 그 아래 디스플레이가 그대로 보이는 구조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2025년 12월 2일, 마침내 센터피스 프로(Centerpiece Pro) 파운더스 에디션이 정식 출시됐다. 2022년 공개 이후 수차례 연기를 반복하며 초기 예약 구매자들이 2년을 기다려야 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논란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제품은 세상에 나왔다. 오늘은 이 황당하고도 매혹적인 커스텀 키보드가 실제로 어떤 물건인지, 3년 넘게 지켜보고 분석한 내용을 풀어보려 한다. 키보드 전문가의 시각이라기보다는, 이 물건을 욕망했던 한 명의 게이머 겸 IT 러버의 시각으로.

스펙 — 이 키보드에 뭐가 들어있나

Finalmouse가 공식 X(구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전체 기술 사양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폼팩터는 '익스플로디드(Exploded) 65%'다. 일반 65% 키보드와 달리 방향키 클러스터와 우측 모디파이어 키들이 본체에서 약간 분리된 형태로 배치되어 있어 손가락 이동 범위가 줄어드는 설계다. 크기는 367.88mm × 135.90mm, 손목 쪽 두께 17.28mm, 뒤쪽 두께 37.01mm이다.

스위치는 센터피스 프로의 가장 핵심 기술 중 하나다. Finalmouse가 직접 특허를 낸 아날로그 리니어 키스위치로, 홀 이펙트(Hall Effect) 자기 방식을 사용한다. 액추에이션 포인트를 0.1mm 단위로 조정할 수 있으며, 키 트래블은 4mm, 스프링 액추에이션 포인트는 기본 55g으로 설정되어 있다. 키 프로파일은 커스텀 1.83도 각도에 67.5 곡률 반경으로, 손가락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고려해 설계됐다. 폴링레이트는 8kHz로, 현재 게이밍 키보드 최상위 수준이다.

항목 Centerpiece Pro 사양
폼팩터 Exploded 65% (방향키 분리형)
크기 367.88mm × 135.90mm (두께 17.28~37.01mm)
스위치 방식 Finalmouse 특허 아날로그 리니어 Hall Effect
액추에이션 정밀도 0.1mm 단위 조정
키 트래블 4mm
스프링 무게 55g (기본)
디스플레이 2K 해상도 / LDGS(Laminated DisplayCircuit Glass Stack)
키캡 소재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내장 CPU 2GHz 쿼드코어 ARM Cortex
내장 GPU ARM Mali-G52
내장 스토리지 32GB
폴링레이트 8kHz
특수 기능 래피드 트리거, SOCD, 아날로그 입력
타이핑 각도 8도
무게 약 1,700g
연결 방식 USB-C to USB-C / USB-C to 듀얼 USB-A 분배 케이블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건 CPU와 GPU가 키보드 자체에 내장돼 있다는 사실이다. ARM Cortex 쿼드코어 CPU와 Mali-G52 GPU를 탑재해서 PC에 부담을 주지 않고 키보드 독자적으로 디스플레이 애니메이션을 구동한다. 32GB 내장 스토리지에 스킨 파일을 저장하는 방식이라 온라인 연결 없이도 독립적으로 동작한다. 요약하면, 이 키보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컴퓨터다.

가격 — $349, 이 돈을 써도 되는가

가격은 $349로, 2025년 12월 파운더스 에디션 기준 공식 가격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50만 원 전후다. StockX에서 리셀 가격이 $1,500을 넘어간 이력이 있다는 점을 보면,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직접 구매 창구는 Finalmouse 공식 홈페이지(finalmouse.com)가 주력이었지만, 발매 물량이 워낙 제한적이라 순식간에 품절됐다.

$349라는 가격이 비싸 보이지만, 커스텀 키보드 시장의 맥락에서 보면 다소 다른 이야기가 된다. 고급 커스텀 키보드 씬에서는 프레임 하나에 20만~30만 원, 스위치 세트와 키캡을 포함하면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제품들이 즐비하다. 센터피스 프로는 디스플레이와 CPU/GPU까지 탑재한 키보드인데도 50만 원 선에 묶어놓은 셈이다. 물론 일반적인 게이밍 키보드 기준(Wooting 60HE+ $174, Keychron Q2 Pro $139 등)과 비교하면 확실히 프리미엄 가격대인 건 맞다.

키보드 배열 — 65% 레이아웃의 선택

▲ Exploded 65% 배열 — 방향키 클러스터가 본체에서 분리되어 배치

센터피스 프로가 채택한 배열은 'Exploded 65%'다. 일반적인 65% 키보드와 비슷하지만, 방향키 클러스터와 일부 우측 키들이 본체 메인 영역에서 눈에 띄게 떨어져 있는 형태다. 넘패드(숫자패드)와 F키 행, 홈/엔드/페이지업/다운 등의 키가 없다는 건 65% 공통사항이고, 그 위에 방향키를 독립시켜 배치함으로써 손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설계 의도가 있다.

65% 배열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가장 흔히 하는 오해는 "F1~F12가 없으면 불편하지 않아?"라는 걱정이다. 실제로는 Fn 키와의 조합으로 모든 기능키를 쓸 수 있고, FPS 게임이나 격투 게임 등 게이밍 환경에서는 F키를 직접 쓸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마우스와 키보드 사이의 이동 거리가 줄어드는 실용적인 장점이 크다. 다만 엑셀이나 영상 편집 작업처럼 F키를 자주 쓰는 분들에게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게이밍과 코딩이 주 사용 목적이라면 65%는 오히려 최적의 선택이다.

커스터마이징 기능 — 진짜 차별화는 여기서 시작된다

▲ Centerpiece Pro 핵심 커스터마이징 기능 — 스킨, 아날로그 입력, 래피드 트리거, 키맵 시각화

센터피스 프로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디스플레이 스킨, 둘째는 스위치 행동 조정, 셋째는 실용적인 키맵 표시다.

스킨은 Unreal Engine 5 기반으로 제작된 동적 애니메이션이며, 키를 누를 때마다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스킨 배포와 다운로드는 Steam과 연동된 전용 앱을 통해 이루어지며, 키보드 자체 32GB 스토리지에 최대 3개의 스킨을 저장할 수 있다. 스킨 창작자가 직접 수익화도 가능하다고 Finalmouse는 밝혔다. 스킨 전환은 키보드 측면의 버튼으로 빠르게 할 수 있다.

스위치 측면에서는 Hall Effect 아날로그 방식이 독보적이다. 일반 기계식 스위치가 '눌렸다/안 눌렸다'의 이분법적 입력만 가능한 반면, 홀 이펙트 방식은 키가 눌린 깊이(0.1mm 단위)를 연속적으로 감지한다. 이를 통해 게임 컨트롤러의 아날로그 스틱처럼 키 누름 강도에 따라 캐릭터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FPS 게임에서 특히 강력한 래피드 트리거 기능도 이 아날로그 입력 위에서 작동하며, 8kHz 폴링레이트와 결합해 0.1mm 단위의 키 이벤트를 초고속으로 전송한다. SOCD(Simultaneous Opposite Cardinal Directions) 처리도 지원해 격투 게임이나 FPS에서의 입력 일관성도 높다.

세 번째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키맵 표시다. 단순히 예쁜 애니메이션만 틀어놓는 게 아니라, 레이어별 키 배치나 자주 쓰는 단축키 목록을 화면에 직접 표시할 수 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게임을 배울 때 키보드 화면 자체가 치트시트(참고자료)가 되는 셈이다. 이 기능은 실용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가치 있는 활용법이다.

장단점 — 솔직하게 따져보자

✅ 장점

키보드 전체가 2K 디스플레이라는 세계 최초의 개념 자체가 주는 압도적인 시각적 임팩트가 있다. Hall Effect 아날로그 스위치의 0.1mm 정밀도와 8kHz 폴링레이트는 현존 게이밍 키보드 최상위 수준이다. 내장 CPU/GPU 덕분에 PC 자원을 소모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동작한다. 65% Exploded 레이아웃으로 마우스와의 이동 거리가 줄어 FPS 게임에서 유리하다. 키맵 시각화 기능은 실용성 측면에서도 의외로 유용하다.

❌ 단점

무게 약 1,700g으로 일반 키보드(700~1,000g) 대비 매우 무겁다. 키캡 교체가 불가능해 정통 커스텀 키보드 마니아의 취향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2022년 공개 이후 2025년 12월까지 수차례 출시가 연기됐으며, 초기 배송 단계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었다. 국내에서 직접 구매 창구가 없어 해외 직구 또는 리셀 시장에 의존해야 한다. 리셀 가격은 $1,500을 넘기도 한다. 클릭감이나 촉각 피드백 스위치(청축, 갈축 계열)는 지원하지 않는다.

💡 많이 오해하는 부분 — "키캡을 교체할 수 있나요?"

센터피스 프로는 디스플레이가 키캡 바로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일반 PBT 키캡이나 다른 소재의 키캡으로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드시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이어야 디스플레이가 비쳐 보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기존 커스텀 키보드 문화에서 키캡 교체를 즐기는 분들에게 결정적인 단점이다. 또한 스위치 역시 LDGS 구조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시중의 일반 홀 이펙트 스위치(예: Gateron Magnetic Jade Pro 등)와 호환되지 않는다. 교체형 커스터마이징을 원한다면 이 제품은 맞지 않는다.

최종 후기 — 결국 살 만한가?


▲ 센터피스 프로 최종 항목별 평가 요약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센터피스 프로는 "게이밍 키보드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구나"를 몸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2K 디스플레이가 키캡 아래에 살아 숨쉬고, Hall Effect 아날로그 스위치는 0.1mm 단위로 입력을 처리하며, 8kHz 폴링레이트는 현재 최상위권이다. 비주얼 임팩트와 게이밍 성능 양쪽에서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커스텀 키보드를 모든 사람에게 권할 수는 없다. 키캡 교체를 즐기는 정통 커스텀 씬 유저라면 이 제품이 답답할 수 있다. 약 1,700g의 무게는 책상을 옮기거나 이동이 잦은 분들에게 부담이다. 리셀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접근성 문제도 현실이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한 한계다.

결국 이 키보드가 맞는 사람은 누구인가. FPS 게임에서 경쟁력 있는 입력 성능을 원하면서, 그 위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비주얼 경험까지 얹고 싶은 사람이다. 키보드를 그냥 입력 도구가 아니라 데스크 셋업의 '중심(Centerpiece)'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 그게 바로 이 키보드가 자신의 이름을 '센터피스'로 지은 이유일 것이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스킨 생태계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이 키보드의 가치는 더 달라질 수 있다. 계속 지켜봐야 할 제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