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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귀환 — 이번엔 진짜 다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2015년에 출시됐던 1세대 Steam Controller를 약 3개월 만에 서랍 속에 집어넣었다. 트랙패드 2개로 아날로그 스틱을 대체한다는 발상 자체는 신선했지만, 실제 손에 쥐어보니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적응하기 전에 지쳐버렸다. 게임 하나를 시작하기 전에 매핑부터 세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컸다. 그래서 "Valve는 컨트롤러 쪽에선 영 안 되는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선을 그어버렸다.
그런데 2025년 11월, Valve가 10년 만에 새로운 게임 컨트롤러를 들고 나타났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또 트랙패드만 두 개 달린 이상한 물건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스펙을 하나씩 뜯어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날로그 스틱은 두 개가 됐고, 트랙패드는 보조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TMR 센서와 LRA 햅틱 모터 4개까지 들어갔다. 한마디로, 1세대의 실험적인 시도들을 이번에는 훨씬 성숙하게 다듬어 온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세대 Steam Controller의 스펙과 성능, 그리고 다른 게임 패드들과의 비교까지 꼼꼼하게 정리해본다.
출시 일정 및 가격 정보
2세대 Steam Controller는 Valve가 2025년 11월 13일 공개한 게임 컨트롤러로, 한국 시간 기준 2026년 5월 5일 오전 2시에 출시됐다. 현지 가격은 $99, 한화 기준 약 168,000원으로 책정됐다. 2015년 공개된 1세대 Steam Controller 이후 약 10년 만의 후속 제품이다.
이번 Steam Controller는 신형 Steam Machine(2026), VR 기기인 Steam Frame과 함께 묶어서 공개됐다.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연합, 호주에서는 Steam을 통해 직접 구매할 수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일부 지역은 스팀 덱과 마찬가지로 KOMODO와의 협업을 통해 코모도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과정도 꽤 드라마틱했다. 당초 2026년 1분기 출시를 염두에 두었다고 밝혔으나, 메모리 가격 폭등 등의 영향으로 연기됐다가 결국 5월 4일 출시가 확정됐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4월 27일 일본 미디어 사이트 4Gamer.net이 실수로 관련 기사를 잠깐 공개했다가 삭제하면서 스펙 사진과 발매일이 먼저 유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Valve가 공식 발표를 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168,000원이라는 가격은 Xbox 무선 컨트롤러 기본형(약 7~8만 원대)보다 높고, 엘리트 시리즈보다는 낮은 중간 프리미엄 가격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 및 주요 특징
첫인상은 스팀 덱과 동일한 무광 샌딩 처리된 검은색 플라스틱 바디로, 투박한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1세대의 유산인 동그란 스팀 버튼이 눈에 띄며, 하단부 커다란 두 개의 트랙패드가 스틱과 버튼들을 위로 밀어올린 형태다. 전반적으로 스팀 하드웨어 패밀리 룩이라고 보면 된다.
레이아웃은 1세대와 완전히 달라졌다. 새로운 세대의 Steam Controller이지만, 레이아웃을 비롯한 실질적인 기능적 특징은 구 Steam Controller가 아니라 스팀 덱을 계승했다. 기본적인 스펙은 2020년대 들어 게임 패드의 보편적인 필수 요소가 된 기본 레이아웃 + 백버튼 + 자이로센서 구성에 더해, 하단의 트랙패드 2개와 스틱의 터치 인식 기능이 추가됐다. 여기까지는 스팀 덱과 동일하지만, 이번 컨트롤러에는 스팀 덱에는 없는 그립 후면부의 터치 센서까지 추가되어 더욱 다양한 세팅이 가능하다.
무게는 약 292g으로, 트랙패드 두 개가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아날로그 스틱 센서 방식은 홀 센서를 건너뛰고 바로 TMR(Tunnel Magneto Resistance)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는 드리프트 현상을 근본적으로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아직 서드파티 컨트롤러에서도 보편화되지 않은 최신 기술이다. 충전 방식은 포고 핀 방식의 전용 충전 독인 'Steam Controller Puck'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 퍽은 2.4GHz 수신기 기능도 겸한다.
· 아날로그 스틱 2개 (TMR 방식, 정전식 터치 지원)
· 트랙패드 2개 (햅틱 LRA 모터 2개 탑재)
· 햅틱 LRA 모터 총 4개 (트랙패드용 2개 + 그립 HD 진동용 고출력 2개)
· 6축 IMU 자이로 센서
· 백버튼 4개
· 정전식 그립 센서 (그립 센스)
· 8.39Wh 리튬이온 배터리 (최대 35시간 이상 사용)
· 무게: 약 292g
· 연결: 2.4GHz(Steam Controller Puck), 블루투스, USB
· 가격: $99 / 한화 약 168,000원
연결 방식 및 설정 방법
Steam Controller의 연결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권장되는 방식은 전용 수신기인 Steam Controller Puck을 활용하는 2.4GHz 무선 연결이다. 저지연 연결을 지원하며, 동글 하나에 최대 4대의 Steam Controller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블루투스와 USB 유선 연결도 지원된다.
호환 플랫폼 범위도 넓다. Steam Controller는 스팀 덱이나 스팀 머신, 스팀 프레임 등 스팀 하드웨어 외에도 Windows, macOS, Linux PC, 그리고 스팀 링크를 이용할 수 있는 iOS나 Android 등 스팀 실행이 가능한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즉, 스팀 게임을 즐기는 환경이라면 어디든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설정 측면에서 Steam Controller의 최대 강점은 Steam Input과의 완전한 연동이다. 스팀 인풋 자체는 다른 패드들도 적용이 가능하지만, 모든 스펙을 온전히 지원하고 개별 매핑이 가능한 패드가 거의 없다. 반면 Steam Controller는 애초에 스팀에서 출시하는 패드인 만큼 모든 버튼의 매핑과 설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트랙패드를 영역별로 나눠 다양한 기능을 할당하거나, 손락으로 트랙패드를 둥글게 한 번 쓸면 특정 메뉴가 켜지게 하는 커맨드 입력도 가능하다. 거치 기반의 거실 게이밍 환경에서 마우스 없이도 Steam OS를 완전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사용 경험 및 핵심 기능
실제 손에 쥐어본 유저들의 반응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트랙패드의 완성도다. 진동과 자이로는 평범하지만, 트랙패드의 경우 스팀 덱에 비해서도 확실히 좋아져 호평을 받고 있다. 면적, 높이, 각도, 햅틱 진동 품질 모두 1세대 대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특히 FPS 게임에서 트랙패드로 큰 시점 이동을 하고 자이로로 미세 조준을 보정하는 콤보는 마우스와 아날로그 스틱의 중간 어딘가에서 독특한 조준감을 만들어낸다.
커뮤니티가 발견한 최대 활용법 중 하나는 트랙패드와 자이로 입력을 함께 활용할 때 FPS 게임의 조준 기능이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트랙패드를 의지해 크게 움직이고 자이로 기능을 사용해 정밀하게 조준한다면 예상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조작감을 얻을 수 있다.
백버튼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약지와 소지에 감기는 형태로 잘 디자인되어 있으며, 백버튼이 낮고 뻑뻑해서 누르기 힘들었던 스팀 덱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는 평이다. 그립 후면부의 정전식 터치 센서는 손이 컨트롤러를 쥐고 있는지 여부를 감지해 자이로 기능을 자동으로 활성화·비활성화할 수 있는 '그립 센스' 기능과 연동된다. 아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이 기능이 초기에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지만, 추후 업데이트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는 8.39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35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적인 게임 세션 기준으로 1~2주 충전 없이 쓸 수 있는 수준이어서 실용적인 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장점과 단점 솔직하게 따져보기
Steam Controller 2세대는 분명히 흥미로운 제품이지만, 무조건 모든 게이머에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솔직하게 장단점을 짚어보겠다.
가장 큰 강점은 Steam Input과의 완전한 호환성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매핑 자유도다. 다른 서드파티 패드들은 자체 소프트웨어로만 백버튼 매핑이 되거나, 아예 자이로 연동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team Controller는 스팀이 직접 만든 패드이기 때문에 트랙패드, 자이로, 백버튼, 그립 센서 모두를 Steam Input에서 완전하게 제어할 수 있다. 배터리도 35시간 이상으로 충분하고, TMR 스틱 덕분에 드리프트 걱정도 덜하다.
반면 단점도 명확하다. 스팀 인풋이나 트랙패드 등 Steam Controller만의 기능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패드일 수 있다. 초기 소프트웨어 안정성이 부족해 그립 센서 설정 등 홍보했던 기능이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편집한 레이아웃이 초기화되는 등 SW 적으로 불안정한 모습도 보인다. 또한 트랙패드 우선 레이아웃 때문에 일반적인 컨트롤러 대비 버튼 위치가 올라가 있어, 처음 잡았을 때 손가락 위치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168,000원이라는 가격도 일반 Xbox 컨트롤러 대비 두 배 수준이라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려울 수 있다.
다른 컨트롤러와 비교 — Xbox vs 8BitDo Ultimate 2 vs Steam Controller
Steam Controller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자연스럽게 같은 가격대 혹은 비슷한 포지션의 다른 조이스틱 기반 게임 패드들과 비교하게 된다. Xbox 무선 컨트롤러와 8BitDo Ultimate 2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경쟁 제품들이다.
Xbox 무선 컨트롤러는 이 세 가지 중 가장 범용적인 제품이다. Windows PC에서 드라이버 없이 바로 연결되고, DirectInput·XInput 모두 완벽히 지원되어 스팀 외 게임 플랫폼에서도 문제 없이 작동한다. 가격은 기본형 기준 약 7~9만 원대로 세 가지 중 가장 저렴하다. 다만 자이로 센서가 없고, 트랙패드도 없으며, 백버튼은 별매인 엘리트 시리즈로 가야 한다. "아무 설정 없이 꽂으면 바로 되는" 컨트롤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지다.
8BitDo Ultimate 2는 Bluetooth와 2.4GHz 모두 지원하며, Nintendo Switch, Windows, Android, Steam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컨트롤러다. 버튼 온디바이스 리매핑, 조절 가능한 매크로, 트리거 잠금, 터보 기능, 다중 저장 프로파일 등 깊이 있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한다. TMR 스틱과 Hall Effect 트리거도 탑재되어 있어 하드웨어 품질 자체도 높다. 다만 D패드가 다소 뭉개지는 느낌이 있다는 점이 흠으로 지적된다. 자이로 기능은 있지만 Steam Controller의 트랙패드 기반 조작만큼 FPS에서 특화된 경험을 주기는 어렵다.
| 항목 | Steam Controller (2세대) | Xbox 무선 컨트롤러 | 8BitDo Ultimate 2 |
|---|---|---|---|
| 가격 (한화 기준) | 약 168,000원 | 약 70,000~90,000원 | 약 90,000~120,000원 |
| 아날로그 스틱 | 2개 (TMR 방식) | 2개 (일반 방식) | 2개 (TMR 방식) |
| 트랙패드 | 2개 (햅틱 내장) | 없음 | 없음 |
| 자이로 센서 | 6축 IMU | 없음 | 있음 |
| 백버튼 | 4개 | 없음 (엘리트만 있음) | 2개 (L4/R4) |
| 햅틱 모터 | LRA 4개 | 일반 진동 모터 | 일반 진동 모터 |
| 배터리 | 최대 35시간 이상 | AA 건전지 (약 40시간) | 최대 22시간 |
| Steam 완전 호환 | 완벽 지원 | XInput 지원 | 부분 지원 |
| 크로스 플랫폼 | Steam 특화 | Xbox/PC/Steam | Switch/PC/Steam |
결론적으로, 스팀 게임을 PC에서 즐기는 게 주 사용 목적이라면 Steam Controller가 가장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반면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여러 기기에서 쓰고 싶다면 8BitDo Ultimate 2가 합리적인 선택이고, 아무 설정 없이 편리하게 쓰고 싶다면 Xbox 무선 컨트롤러가 정답이다.
향후 전망 — PC 거실 게이밍의 판을 바꿀 수 있을까
Steam Controller 2세대가 단순한 주변기기 출시를 넘어 의미 있는 이유는 Valve의 큰 그림을 함께 봐야 이해된다. 이번에 동시에 공개된 신형 Steam Machine은 AMD Zen4 기반 CPU와 RDNA3 GPU를 탑재해 스팀 덱 대비 6배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고 밝혔다. 즉, PC 성능의 거실 게이밍 머신 + Steam Controller + Steam OS라는 삼각 구도가 완성된 것이다. 스팀 덱이 휴대용 PC 게이밍을 대중화했다면, 이번 Steam Machine + Steam Controller 조합은 거실 소파 위에서 PC 게임 전체 라이브러리를 즐기는 환경을 완성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Valve가 Steam Input 생태계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스팀 컨트롤러의 확장된 기능들은 이미 기성 제품을 통해 충분히 검증이 끝난 요소인 만큼, 스팀 덱에서 조작성 관련으로 호평받았던 부분들을 범용 PC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하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 스팀 인풋을 지원하는 게임이 늘어날수록 Steam Controller의 트랙패드와 자이로 기반 매핑의 효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물론 초기 소프트웨어 안정성 문제나 일부 하드웨어 불량 이슈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Valve의 행보를 보면 스팀 덱도 출시 초기에 비슷한 과정을 겪었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로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에, Steam Controller도 비슷한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마무리 — 결국 이 컨트롤러, 살 만한가?
10년 만에 돌아온 Steam Controller 2세대는 확실히 1세대의 실수를 거울 삼아 훨씬 영리하게 설계됐다. 아날로그 스틱을 온전히 갖추면서도 트랙패드와 자이로, 그립 센서까지 더해 Steam Input의 가능성을 가장 완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조이스틱 기반 게임 패드가 탄생했다. 168,000원이라는 가격이 결코 싸지는 않지만, Steam 게임 라이브러리를 PC나 Steam Machine에서 즐기는 유저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택지다.
다만 이것만은 명심하자. Steam Controller는 "기능을 100% 활용할 각오가 된" 사람에게 독보적인 컨트롤러가 된다. 설정 없이 꽂자마자 편하게 쓰고 싶다면 Xbox 무선 컨트롤러가 훨씬 낫고,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며 쓰고 싶다면 8BitDo Ultimate 2가 더 실용적이다. Steam을 주로 쓰고, 설정하는 재미도 게임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제품은 기대 이상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나는 1세대를 서랍에 처박았던 사람으로서, 2세대는 조금 다르게 대할 것 같다. 이번엔 꺼내두고 제대로 써볼 예정이다. 앞으로 실사용 리뷰도 올릴 테니 구독하고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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